채사장의<열한 계단> / 내 인생의 '정반합'에 대해 생각해본 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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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사장의<열한 계단> / 내 인생의 '정반합'에 대해 생각해본 계기

독서 기록

by 서닝구 2019. 6. 5. 2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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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한계단 '나를 흔들어 키운 불편한 지식들'

 

나는 과연 어떤 계단을 올라왔나 생각해보게 되었다. 어떤 반에 의해 정이 합이 되어왔나.

 

고등학생 때는 독서를 엄청 싫어해서 무언가를 읽고 싶다거나 독서로 인한 의식의 변화를 경험해본 적이 없다.

사람을 만나고 헤어지는 과정이 나에게는 계단을 오르는 것과 같았다. 상대방의 성격과 행동을 해석하고 그것에 맞춰 반응을 보이는 것과 텍스트를 읽고 받아들이는 방식은 꽤 비슷한 것 같다. 어렸을 때는 내가 생각하는 방식이 기본적이고 다들 그런 방식으로 생각을 한다고 착각했다. 왜냐하면 당연한 것이라고 여겨졌던 것이기 때문이다. 아직 그리 오래 산 나이는 아니지만 세상을 살아가며 부딪힐 여러 종류의 사람들과 조화를 이루며 고수 해온 내 생각을 변하게 만드는 것이 정-반-합의 과정과 같다. 이런 식으로 독서를 안 했던 나의 어린 시절을 자기 합리화시켜버리는 것 일지도 모르지만!! <열한 계단>에서는 독서만으로는 세상을 알아가는데 충분치 않다고 나온 것처럼 나는 인간관계에서 정반합의 과정을 먼저 경험한 것이라고 여긴다. 독서는 이후로 꾸준히 하고 있다ㅎㅎ

 

마침 읽을 책에 대해 고민하고 있었는데 <열한 계단>에서 읽을거리를 제안해줬다. '첫 번째 계단, 문학 - 죄와 벌' 챕터에서 나는 바로 도스토예프스키의 '죄와 벌'에 대한 갈증을 느꼈다. 좋은 책을 접하려면 좋은 책에서 알아봐야 한다는 것을 느꼈다. 그래서 바로 '죄와 벌'을 구해 그 긴 장편 소설을 후루룩 읽어버렸다. 이미 <열한 계단>을 읽으면서 대강의 스토리는 알고 있었지만 내가 당연하다고 여긴 것(로쟈의 입장)이 어떻게 아닌 것으로 변하는가 궁금했다. 아직 '죄와 벌'을 완독 했어도 나는 주인공의 초기 입장에 더 공감을 한다. 작가가 전달하고 싶었던 더 큰 의미는 아직 나에게 다가오지 않는다. 죄와 벌에 대한 리뷰는 다음번에 깊숙이 다루고 싶다.

 

구직난으로 힘들고 취업이 되어도 그 나름대로 힘든 상황이 찾아와 자기 자신의 가치를 노동력으로 따지는 요즘 세상이 아쉬웠다. 노동이 신성한 것이라고 여겨지고 있지만 자신을 노동의 가치로만 여기는 것은 살아가는 세상이 회색빛으로만 보일 수밖에 없다. '분명히 기억해야 한다. 당신은 노동자로 살기 위해 이곳에 태어난 것이 아니다.'라는 구절이 나를 전율하게 했다. 이 부분에서 자우림의 'IDOL'이라는 노래가 생각났다. 세상이 날 꿈꾸게 해주지 않아도, 현실이 내게 아프게만 다가와도 나의 가치를 여러 방면으로 알아봐 주는 것은 나 자신이다.

 

아무것도 모르고 유치한 감상에 빠지는 게 아니야. 어디까지나 비현실적이라는 것쯤 누구보다 잘 알아.

그래도 나는 꿈을 꾸잖아, 이상한 이 세상에서도.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눈을 흘기는 네가 난 더 불쌍해.

자우림 - IDOL

 

 

니체는 근대 유럽 사회를 진단한다. 그리스도교는 유럽을 병들게 했다. 노예의 도덕, 원한과 증오의 도덕이 유럽인들을 잠식하고 있다. 신에 대한 순종, 복종, 겸손, 절제라는 도덕 가치의 본질은 건강하지 않다. 이제 인간은 초라하고 수동적이며 부정적인 존재가 되었다 - p.107

 

우리는 의심해야 한다. 왜 그들이 지금 내 앞에서 신에 대한 순종을 말하는지, 왜 국가에 대한 복종을 말하는지, 왜 나에게 겸손하고 절제하는 도덕적인 삶을 살라고 강조하는지, 그러한 강요를 통해 도대체 자신은 무엇을 얻고 싶어 하는 것인지를 의심의 눈으로 직시해야 한다. - p.107

 

우리는 다시 여행자가 되어야 한다. 자녀도, 부모도, 모든 우물을 파는 영혼은 다시 여행길에 올라야 한다. 사회, 국가, 종교, 가정, 학교, 직장이 요구하는 의무와 평가에 저항해야 한다. 그들이 당신에게 전문성을 강요하고, 당신이 할 수 있는 일로만 당신을 평가하려 한다고 해서 그것을 삶의 목표로 삼고, 그것이 전부인양 맹목적으로 살아가서는 안 된다. 사회와 국가는 당신의 영혼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사회화 국가는 오직 당신의 노동력에만 관심을 기울인다. 분명히 기억해야 한다. 당신은 노동자로 살기 위해 이곳에 태어난 것이 아니다. - p.1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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