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나르 베르베르<죽음> / '베르나르 그의 자서전'(리뷰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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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나르 베르베르<죽음> / '베르나르 그의 자서전'(리뷰 1편)

독서 기록

by 서닝구 2019. 6. 13.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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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나르 베르베르<죽음>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을 처음 접한 것은 중학생 때였다. 독서에 대해 지루한 것이라고 치부했던 나에게 새롭고 흥미로운 문학의 세계를 소개해 주었다. <파피용>을 읽으면서 지구를 벗어난 우주에 대해, <타나토 노트>와 <천사들의 제국>을 읽으면서 내세에 대해, <카산드라의 거울>을 읽으면서 미래에 대해, <잠>을 읽으면서 잠의 신비로움과 죽음과 잠의 경계에 대해, <고양이>를 읽으면서 우리 집 고양이가 집안에 혼자 남겨졌을 때 과연 먹고 자기만 할지에 대해 이리저리 생각해보는 관광버스를 탔다. 그의 상상력은 너무나 깊고 디테일했기 때문에 마치 베르나르 베르베르라는 나라에서 관광을 한 것 같았다.

<고양이>에 이어 신작 <죽음>이 정말 빨리 찾아와서 놀랐다. 그리고 이미 죽음에 대해서 쓴 책이 많은데 왜 또 '죽음'에 관련된 책을 썼는지 궁금했다. 물론 죽음에 관련된 이야기가 진행되긴 하지만, 나는 무엇보다 이 책이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 자신을 비추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주인공 가브리엘을 내세워 작가 자신에 대해 쓴 일종의 자서전 같았다.

 

왜 굳이 허구성이 있다는 말을 좀 더 머물게 하는 페이지 이게끔 써 놓았을까? 이 페이지에서 마냥 '모두 픽션입니다.'라는 정보만을 내세운 게 아니라는 느낌이 들었다. 이유를 구체적으로 설명하기엔 어렵지만 작가가 '내 이야기를 들려줄 테니 한 번 들어보세요'하는 듯한 심리가 느껴졌다. 이 소설의 주인공 '가브리엘'은 추리소설가로 흥미로운 상상력과 재미로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지만 반대로 몇몇 평론가들에게는 비난을 받기도 한다. 주인공이 소설가인 것부터 어느 정도 그의 이야기일 것이라는 냄새가 폴폴 났다. 어느 날 가브리엘 자신이 죽었음을 깨닫고 자신을 죽인 범인이 누구인지 수사하는 것이 이 책의 굵직한 흐름이다. 누가 죽였는지 여기다 말하면 굉장한 스포일러가 되겠죠? 걱정 마세요, 전 그런 잔인한 짓을 하지 않습니다. 

 

읽다 보니 나에게 영감을 주거나 인상적인 부분이 한 두 부분이 아니라 포스트잇으로 표시를 해두었다. 그의 다른 책들과 같이 <죽음> 이야기 진행 중간중간에 죽음에 관한 이야기가 함께 해서 스펙터클한 이야기 속에서 독자들은 잠시 쉬어 갈 수 있다. 여느 베르나르의 책과 같이 <죽음>에서도 도망치고 쫓는 장면이 등장한다. 상상력과 모험의 이야기! 출퇴근하는 나를 들썩이게 만든다.

 

내 경험상 죽음에는 장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란다.

실없는 소리 같지만 모기에 물리지 않아 얼마나 좋은지 몰라.

겨울에 춥지 않고 여름에는 일사병에 걸릴 일이 없단다.

여기 오면, 장님들은 눈을 뜨지.

여기 오면, 앉은뱅이들은 벌떡 일어나지.

여기 오면, 불면증도 변비도 다 사라진단다. - p.214 (1권)

 

'죽음은 끝이 아닌 또 다른 시작'이라는 (나름대로 느껴본) 주제를 갖고 있는 만큼 죽음을 어두운 것으로 여기지 않는 내용이 담겨 있다. 죽음에 대한 유쾌한 서술 덕분에 죽음에 대해 한번 더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그렇다고 해서 죽어도 나쁘지 않겠다란 건 아니고 죽고 나면 그 뒤로는 데체 어떻게 되는 것인지 궁금해졌다. 나는 솔직히 죽게 되면 '무(無)'의 존재가 된다고 생각하는 주의다. 그런데 어찌 보면 죽고 난 뒤의 경험을 설명해 줄 길이 없으므로 알 길도 없는 것이다. 이런저런 상상력이 펼쳐질 수 있는 소재인 것이다.

 

네가 대단한 건 맞지만, 그래 봤자...... 일개 프랑스 작가야.

내가 코넌 도일이 네 작품을 읽었다고 했지 좋아했다고는 하지 않았어. 

그래, 솔직히 말하마. 코넌 도일은 네 소설에 폭력과 섹스가 지나치다고 생각하더구나. - p.221 (1권)

 

읽기 시작할 때부터 주인공 가브리엘에 작가를 투영해 읽었기 때문에 이 부분이 재미있게 느껴졌다. '베르나르 자신이 코넌 도일에게 자신의 작품을 보여줬을 때 이러한 평가를 받았겠다고 상상하며 쓴 것이겠지?' 하며 말이다. 당신은 '일개' 프랑스 작가가 아니에요.. '당신은 많은 사람들의 생각을 다채롭게 해 주어 행복을 주는 작가예요!'라고 말해주고 싶었다.. 아무튼 베르나르의 겸손함이 느껴지는 부분이었다. 

 

쓰고 싶은 내용이 너무 많아서 독후감을 1편, 2편으로 나누어야겠다. 1편의 키워드가 '죽음'이었다면 2편은 '문학'이라는 것을 키워드로 잡고 쓸 것이다. 사실 책 제목은 '죽음'이라는 것이지만 문학에 대해 생각해보고 느낀 점이 더 많다. 지적 허영심, 문학 중2병이었던 나의 지난 시절이 생각난다. 이렇게 말하니 나이가 꽤 들어 보이는데..ㅋ 아무튼 책을 몇 번 읽어봤다고 더 심오한 책을 찾던 시기가 있었다. 구스타브 블로베르의 <마담 보바리> 같은 책들 말이다. 아니나 다를까 <죽음>에서도 구스타브 블로베르와 보바리 부인이 등장한다. 아는 책이 나와서 기쁘더라!

2편도 재미있게 써보겠다 :)

 

베르나르 베르베르<죽음> 리뷰 1편

https://ningu.tistory.com/18

 

베르나르 베르베르<죽음> / '문학도 골고루'(리뷰 2편)

1편의 키워드가 '죽음'이었다면 2편은 '문학'이라는 것을 키워드로 잡고 쓰려고 한다. 사실 책 제목은 '죽음'이라는 것이지만 문학에 대해 생각해보고 느낀 점이 더 많다. 지적 허영심, 문학 중2병이었던 나의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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